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영화

알포인트 [R-Point, 2004]




한국 공포 영화의 마스터피스다.
지금껏 본 한국 공포 영화중에 최고임에 틀림없다.
알포인트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긴장감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진다. 5년? 6년전쯤 한번 보고 '와 정말 무섭다' 했었는데 확실히 다시 보니까 그때처럼 무섭진 않았다. 다만 긴장감을 느끼면서 영화 내용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서 러닝타임동안 지루함을 느끼진 않았다. 

감우성, 손병호, 이선균, 박원상, 정경호, 김병철, 문영동 등 나오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일품이다. 정신놓고 보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들 뒤에서 함께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군생활을 했었던 남성들중에서는 자신의 군생활과 슬며시 겹쳐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실감나고 몰입도 높은 연기는 작품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주고 사소한 내용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손에 피를 묻힌 자는 돌아갈 수 없다'라는 것을 바탕으로 주인공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현실을 보여주는 연출과 이야기 전개는 '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어서 마치 내가 저들 사이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데에 단단히 한 몫을 한다. 끊임없는 긴장감은 알포인트 최고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왼쪽이 이 상병(정경호) 오른쪽이 조 상병(김병철)

작중 조 상병(김병철)은 소대장 감우성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이상한 낌새를 차린 인물이다. 아니 감우성보다 먼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귀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로서 오발로 인해 마 병장(박원상)을 죽음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가장 나약하다는 느낌을 받게하는 캐릭터로서 상당한 비중이 느껴진다.

아 솔직히 이 장면은 봐도봐도 섬뜩함 연기 너무 잘해

반면 손병호가 연기한 진 중사의 경우 강함이 느껴지는 대표적 캐릭터인데 천상 군인으로 부하들에게 엄격하고 책임감이 강한 진 중사는 베트남 전쟁에서 수많은 살인을 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장 먼저 귀신에 씌여 살인을 저지르고 이는 연쇄적으로 모두를 죽게한 방아쇠 역할을 한다.



최 중위(감우성)는 이들과는 다르다. 특별히 강하거나 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발자국 뒤에 서서 지켜보는 소대장의 이미지이다. 그는 정일병의 실종부터 시작해 프랑스 군들의 묘지, 미군 병사의 시체 등을 통하여 귀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하고자 노력한다. 비록 완벽하게 대처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는 대원들 중 유일하게 귀신에게 맞서려고 한 사람이었다. 감우성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이 돋보였다. 그가 이 작품으로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왼쪽이 장 병장(오태경) 오른쪽이 마 병장(박원상)

마지막 중요 인물인 장 병장(오태경)은 유일하게 살아남는 인물이다. 그는 수류탄으로부터 동료들을 구하다가 실명을 하게되고 이 실명이 그의 목숨을 살리게 된다. 즉, 귀신은 눈을 통하여 빙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모두 죽고 최 중위와 부상당한 장 병장만 남았을때 최 중위는 실명한 장 병장에서 말로써 조준점을 맞춰준다. 여기서 그는 장 병장이 자신을 조준하게 하여 자신이 귀신에 빙의되기 전에 자신을 죽이도록 한다. 그렇게 모두가 죽고 실명한 장 병장이 혼자 남음으로써 더이상의 빙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장 병장이 구출된 것이다.

이 영화는 내용을 곱씹으면 이렇게도 또는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하다. 감독이 직접 확실히 밝혀주지 않는한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몫인데, 이 영화는 곱씹는 맛도 상당하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약간의 흥분 상태가 바로 가라앉지 않는 알포인트는 분명 한국 최고의 공포 영화중 하나다.